여유의 세습에 관하여...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를 13년 만에 만났다.
웃긴 이야기지만 학창 시절 나는 공부를 못했고 그 친구는 공부를 잘했다.
친구가 중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조기입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다 끊긴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같이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서로의 지난날들을 공유하는데
서로 공감을 하는 부분이 많았으며 대화가 정말 잘 흘러갔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지난 13년 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생각의 흐름이라던가 가치관의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친구와 많은 얘기를 하면서 다채로운 생각들을 했지만
그중 가장 와닿은 부분이 바로 '여유'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친구와 나의 집안의 여유로움이 비슷한 듯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가 재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풍요에 가까웠다.
이것은 부모님이 물려주시는 가장 큰 선물 같은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말한 것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여유'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유'를 즐기기만 하는 것은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여유'를 낭비하면 안 된다.
'여유'를 잘 활용하여 다시 여유를 세습시키자.
 
약간은 모호한 말들이었지만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각자 자라면서 서로를 둘러싸고 있는
비슷한 수준(?)의 환경과 '여유'들이
정신적 성장의 갈림길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하도록 도와준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많은 부분을 서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같이 했던 짧은 시간 동안에도
그 친구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서로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모든 것이 참 좋았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과거에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었다.
부모님도 '여유'를 세습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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